Tuna

[TIL] 요즘 같은 시대에 생각을 한다는 것의 의미

tunapark 2021. 12. 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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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제목을 적고 나니까 참 할말이 많아서 내가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 시각 밤 10시 44분. 어제 밤늦게 잠든 탓에 꾸벅꾸벅 졸았던 터라 일찍 자야해서 제목을 수정할까 했지만 오늘 가장 많이 느낀 일중에 하나라서 저 제목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 꺼내놓진 못하더라도 일단 오늘의 결론 아닌 결론을 먼저 내려보고자 한다.

 

생각하기가 어려운, 추상적인 언어가 부재한 세상 - 유투브(영상매체)에 관하여

참 언어라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의 인지능력과 사고과정도 신기하다. 정확한 근거 자료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영어를 학습한다고 했을 때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사람과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과 영상들을 자주 보며 습득하는 것 중에 사람과 대화를 통해 습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건 사실 정확한 근거 자료가 없더라도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영어 문장들을 외워서 입으로 내뱉는 훈련, 영어 노래, 뉴스를 자주 듣기를 훈련하는 사람과, 영어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현재 필요한 언어들을 뇌 속에서 찾아내서 말을 내뱉는 사람 둘 중에 누가 더 영어 실력이 빨리 늘 것 같은가?

 

갑자기 주제가 영어 공부로 빠져버리긴 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언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언어를 만든다라는 나의 생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부나 창작과 같은 '추상적인 생각'이라는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선 언어가 필요하고, 타인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며, 그렇게 언어를 이용하여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속에서 또 새로운 언어가 선행되고 새로운 생각이 후행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인지와 언어,그리고 소통 능력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요즘 나의 삶은 비교적 언어가 부재하다고 느낀다. 이를 테면 도서관에 가서 영상이나 청각적이거나 시각적인 도움없이 혼자서 한권의 책을 읽고 작가의 말을 이해하고, 작가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 혹은 책을 읽고 타인과 함께 생각을 나누며 각자가 다르게 받아들인 문장들을 공유하는 것. 이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기도 했고, 지금 코로나와 비대면의 상황으로 인해서 기회도 적어진 상황이긴 했다.

 

또한 유투브, 구글과 같이 한번의 검색으로 바로 결과가 나와버리는 것. 즉, 궁금증 혹은 의심, 모르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단 0.001초만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끙끙 싸매면서 혼자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는 궁금하거나 뭔가 읭? 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우리의 신경이 바로 키보드 앞으로 향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생각을 잘 못하게 되는 상황이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사고회로가 이미 그렇게 수정 되어서 궁금하면 "혼자서 생각을 해본다"로 이어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읽음과 동시에 뇌리에 박혀버리지 않고, 그 언어에 담긴 뜻과 맥락을 파악하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텍스트 매체와 달리 영상 매체는 그냥 재생버튼만 눌러놓으면 알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며, 그 정보들은 자막과 함께하든, 소리와 함께하든 매우 소화하기 쉬운 채로 주어진다. 아니 소화를 할 시간 조차 없이 뇌리에 박혀버린다. 따라서 침대에서 유투브를 보는 것으로도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내가 다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이게 그래서 무서운 것은 나의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무의식에 박혀서 나의 생각을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논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이 사실이라고 그럴듯하게 말을 해놓은 영상, 혹은 좋아요가 많이 달린 댓글들을 보면 그것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영상을 볼 때 중간에 음 하면서 일시정지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해본 사람이 있다면 대단한 사람.. 인정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해보자면 페미니즘과 관련한 논란, 연예인의 인성에 관련한 논란, 미래 사회에 관련한 논란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A를 주장하는 영상을 보고 별 다른 생각없이 받아들인 후, 오프라인에서 만난 타인에게 그것을 주장했을 때 반박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박을 통해서야 한번 더 생각을 해보게 되긴했지만,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 후에 A를 반박하는 다른 유투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또 그런 의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을 보고 내가 주장을 하는 내용에 대해서 정말 깊게 생각하고 논리를 따져보는 것들이 너무 적지 않은가라는 자괴감이 들었었다. 연예인 논란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욕을 하는 연예인의 영상이 바이럴 되어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욕을 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정말로 그런가보다라고 의심없이 받아들였지만. 또 그게 욕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의 영상이 며칠뒤에 올라오기도 했다.


생각하기가 어려운, 소통이 없어도 되는 세상 - 가상세계, 필터버블 알고리즘에 관하여

앞의 맥락과 이어지는 느낌인데, 결국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이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논리 없이, 충분한 외부의 근거나 자료조사 없이 어떤 특정 사실이 굉장히 옳은 '진실'이라고 믿는 것. 그리고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믿는 사회현상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고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은 개개인의 잘못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유투브와 같이 영상 매체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장악한 점, 영상매체의 생산과 유통의 기반이 되는 스마트폰이 없다면 생활에 너무 큰 불편함을 느끼는 사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디지털에서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세상인 점 등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폰 - 디지털 세상 - 영상매체의 뫼비우스의 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개인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고, 똑똑해서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가상 세계에 대한 관점이 크게 두가지로 생각해본다면, 하나는 현실 세계가 지금으로서는 가상 세계와 분리되어 있으며, 가상 세계는 현실 세계의 대체재나 보완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상 세계라고 칭하지만 사실은 그것도 또다른 하나의 세계일뿐이며, 그 세계에서 존재하는 자아는 다른 자아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있다. (예를 들면, 현실에서 재화로부터 느끼는 가치, 직업적 성취로 인해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 등을 가상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느끼며, 그 둘간의 차이가 없다는 관점)

 

지금 글을 적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아직 우리가 '실제 내가 존재하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하나의 '가상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영화 매트릭스처럼 통속의 뇌가 되어서 우리의 몸이 디지털에 존재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 카카오톡, 비대면 회의, 비대면 클래스 등 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어서 우리의 사회로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유투브,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사이트 등 대부분 자신의 의견을 남기는 플랫폼들은 아이디나 닉네임으로서 존재하며 이는 우리가 열심히 키배를 뜨더라도 결국 기승전결 한명은 댓삭튀를 하고 현피를 뜨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 글을 다 쓰려니까 진짜 미친 너무 길어서 내가 내 생각을 감당 못하겠어.. 일단 여기까지 오늘은 적는다


생각하기가 어려운, 적막함이 부재한 세상 - 명상과 산책, 혼자만의 시간에 관하여

 

현재 코로나시대에 내향형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썩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아침에 일어나 온라인 수업을 듣고, 주어진 기한에 맞추어 과제를 하고,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서 락다운이 풀릴 때 쯤엔 친한 친구 몇명과 오랜만에 만나 술도 마시고.

확실히 복전을 시작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사라져서 새로운 사람들이나 지인들을 만날 심적 여유는 없었지만

사람들을 못 만나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생존과 정신적 건강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진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더욱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명상을 한다거나, 글쓰기를 한다거나 사색을 하기보다는 침대에 누워서 유투브를 보는 시간이 절대 다수다. 과제와 유투브. 이것이 내 인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운동을 안 한지도 한달이 넘었다. 아토피가 낫는 것을 위해서 의사선생님이 당분간 운동을 금지시켰다. 운동도 안 하니 더더욱 과제와 유투브 밖에 할 일이 없고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좀 자괴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여기도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