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a

[Life Hack] "현타"를 느끼는 순간은 정확히 어떤 순간일까?

tunapark 2021. 8. 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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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엑셀 실기 시험 준비를 한다고 벼락치기중이다. 남들도 14일만에 끝내길래.. 가능한 것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하루에 강의를 8~10시간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24시간 중에 8시간을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정말 기간이 안 남기도 했으며, 내가 원래 계획한 일이었으니 해야지. 해야지 정말 억지로 꾸역꾸역 카페에서 4시간을 버텼다. (나는 투두리스트를 적고 그걸 체크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세운 계획을 지킨 하루가 정말 없는 듯/...)

 

그리고 문득 집에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컴활 시험이 뭔데? 난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너무 한국적으로 사는 거 아닌가? 나는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너무 남들이 생각하는 정규 루트만 생각하고 그것에 맞춰서 자꾸 뭘 해야하는 삶을 사는 거 아닌가?'

내가 보는 유투브는 많은 것들이 외국살이, 워홀, 유학생 vlog, 미국 고등학생 vlog여서 그런지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그녀들을 보고, 컴활 인강지옥에 갇혀버린 나를 보면 "현타"가 온다. 내가 이렇게 사는 삶이 맞는가하고.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고, 외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떵떵거렸던 게 10년은 지났다. 거의 중학생 때부터 내 꿈이었다. 그러니 24살을 맞이한 지금 나는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액션 플랜을 세우고 있지 않다. 그냥 남들이 다 취직을 준비하기도 하고, 나도 부모에게서 독립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니까 얼른 취직을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걸까? 취직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가 그것(한국에서의 취직이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잘한 취직'이 아닌 것으로도 먹고 사는 인생)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확신이 작아서 취직만 생각하는 것일까?

 

20대가 지나면 내 삶에 대한 현타가 덜 할까?

뭔가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 달려나가는 느낌은 좀 없어질까?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인 것에 있어서도, 능력이나 커리어에 있어서도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 나는 "현타"가 온다.

분명히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나쁘지 않게 행복한 일들도 늘 종종 있었는데

아직도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하루에 여러번 든다. 

 

내가 좋아하는 차분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따뜻한 느낌의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두고,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하나의 문장을 적었다. 뭔가 대충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적은 문장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문장을 적자마자 좀 "현타"라는 체한 듯한 그 감정이 조금 밑으로 내려갔다.

그 문장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워너비 나, 나의 최상위 버전이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합리화를 내포하고 있어서일까.

그리고 다음으로는 "주위의 사물과 사람들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라고 적었다.

그 문장을 보니 내가 많이 사랑하는 순간들과 사람들이 하나둘 생각났다. 적으면 적을 수록 더 많이 생각이 났다. 

 

"좋은 영화를 보고 밤거리를 걸으며 영화를 함께 곱씹을 사람"

 

"따뜻한 조명, 어두운 방, 차분한 음악, 은은한 향초"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하고 이뤄낸 그 순간, 내가 자랑스러울 때"

 

"통한 것 같은 대화를 했을 때"

 

"자연에게서 위로를 받을 때. 예를 들면 파도소리. 음악을 듣는 데 날씨랑 잘 어울릴 때.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때...."

 

"직감대로 따라가 도착한 곳이 괜찮을 때"

 

뭐야. 이미 많이 느끼고 있고 지금도 이미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현타를 느낄 필요가 없고 이미 충분히 행복한데, 애써 두려움이나 불안, 좌절감을 느끼는 것인가?

그럴 필요 없는데, 남들의 이미지나 영상을 보고 자괴감을 느끼며 셀프 감옥에 집어 넣고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아직 느끼지 못한 행복이나 감정, 경험이 있는데, (나는 아직 우물안 개구리인 것은 분명하니까) 그것들을 아직 다 느끼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그걸 느끼기 위해서 아직 나에게는 뭔가가 굉장히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이지 않을까?

다르게 말하면, 아직 그런 행복을 느끼기에 불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해서이지 않을까?

나 자신이 보기에 남들이 가지는 행복의 순간을 아직 나는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이런 저런 질문들,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차원의 행복이 있어서라는 말도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 순간들을 적고 보니 이미 지금도 행복하다는 말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생각을 해보니, "행복하다고 현타를 안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행복해도 두려울 수 있고, 행복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한번씩 극복해나가거나 개선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분야에 대해서 더이상 현타를 느끼지 않게 되겠지. 

현타는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현타를 느낀다고 해서 내가 부족하기만 하다거나, 불행하기만 한 게 아닌거지.

오히려 다른 뭔가를 갈망하고 있는 상태인거니까.

그럴 수록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나의 모습을 더 기억하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