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퇴사일이 왔다. 어제 우리 팀 사람들에게 나눠줄 과자를 사고 편지를 쓰면서 문득 실감이 났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드렸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내가 더 들더라. 괜히 누구한테 나눠줄까, 내가 편지까지 주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일단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실수하지 않는 이상 손해보는 건 없다는 걸 마지막날에서야 또 깨닫고 간다.
1탄에 이어서 글을 쓰려는데, 사실 이미 1탄에서 7가지를 다 언급해버려서 2탄은 아무도 안 읽는 것 아닐까..? 그래도 기억을 되살려 적어본다.
4.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가성비’ 방법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효율이란 “비용 대비 성과”와, “성과 최적화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첫번째 효율은 가성비와 비슷하게, 비용을 줄이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다. 본인이 일하는 데 시간을 줄여주는 업무 자동화, 엑셀을 익히는 것 등은 덜 중요면서 반복적인 일에 신경을 쓸 에너지들을 줄여줘서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두번째 효율은 일을 부탁받았거나 일을 스스로 제안할 때도 지금 주어진 일을 ‘완료’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를 위한 효율을 고려하는 것이다. 쉽게말하면 무턱대고 넵! 한 다음에 바로 그것을 해내는 게 효율적인 게 아니라 “이것이 최선의 방안인가?”라고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이 복잡하고 반복적인 일이 꼭 필요한가?”, “어떻게 하면 이 절차를 시스템상으로 아예 재구성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설득을 한다면 누구를 중심 대상으로 설득을 하는게 효율적일까?” 등의 고민을 했었다.
이런 업무나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따지는 일은 회사 차원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고, 프로덕트 차원에서 고객에게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따지는 것은 더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전략으로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는 가치를 제공하며) 발전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마인드셋이자 태도인 것 같다. 나는 이런 마인드 셋으로 두가지 정도의 기획을 제안드렸고, 실제로 implement 할 수 있었다.
5. 먼저 가설을 세우고 생각하기, 그리고 행동하기(실험하기)
내가 평소에 어떤 현상을 보거나 문제를 볼 때 호기심과 질문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불편한 지점이나 왜 이걸 이렇게밖에 구현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이 번뜩번뜩 잘 드는 편이다. 그래서 우선 직관적으로, 쌓인 시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 가설을 나 자신과 남들에게 더 확실하게 설득하기 위해서 근거를 찾는다. 귀납적이라기보다는 연역적인 사고에 가깝다. 귀납적인 사고로 내린 결론은 사실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 어느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잡히지 않고, 얼마만큼의 데이터나 근거를 모아야할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데드라인이 없는 기획안을 쓰는 것처럼 그 일은 오래 걸리고 나중에는 방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아무런 자료조사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프로덕트에 대한 사용 경험이 있고 어느정도의 고객 리뷰를 봤다면) 가설을 세운 다음에, 그 가설이 몇 프로정도 맞는지를 따지는 게 나한테 더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가설이 무기다’라는 책에서도 유명한 보스턴 컨설턴트 그룹에서는 전부 가설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가설을 세워야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가설사고를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그 방법이 갖춰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이다. 컨설턴트는 ‘자기 자신의 가설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또한 ‘당신의 가설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가설사고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경험적으로 볼 때 가설을 구축한 뒤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쪽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질 좋은 해답에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설을 세우면 무엇을 해야할 지 그 대상이 분명해지고 논점도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 - 책 중에서
6. 핵심메시지를 고민하기
처음에 제안서를 만들 때, 피피티 형태로 만드는 게 좋을까, 워드처럼 긴 글로 적는 게 좋을까, 가설을 세우니까 전체 가설 구조도를 보여주는 게 좋을까 이런 고민을 했었다. 내가 생각한 걸 정리할 때는 가설구조도로 정리하는 게 가장 깔끔하고 뭔가 빈틈없이 생각할 수 있었지만, 막상 이걸로 보여주려니 보는 사람은 이해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가 더 궁금할 것 같았다. 결국 표나 그래프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저게 뭐?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거야? 이것만 궁금하다는 것이다. 결국엔 기획 = 메시지 = 프레젠테이션이구나를 생각했다.
기획과 관련되어서 피피티를 어떻게 만드는지 검색을 통해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여러가지 시각적인 팁이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피피티를 만드는 여정의 종착지는 결국 하나의 핵심메시지를 던지는 것,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나면 청중의 머릿속에 그 하나의 문장이나 이미지가 남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이 준비되고 설계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그리고 그 하나의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디딤돌 같은 것이 매 슬라이드의 제목이다. 그 제목은 슬라이드의 핵심메시지이며, 하나 이상의 내용을 담으면 안 된다. 그 슬라이드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결국 하나의 핵심메시지를 꿰어 내야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나서 나는 원래는 한 화면에는 프레젠테이션 툴을, 한 화면에는 메모지를, 한 화면에는 모은 자료를 띄우고 일했던 방식에서 우선 프레젠테이션을 생각하지 않는 방식, 아이패드나 A4에 먼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바꿨다. 프로덕트 와이어프레임을 짜듯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먼저 스케치하고 큰 그림을 먼저 만든 다음 한 슬라이드 슬라이드를 만들어갔다.
7. 타인의 피드백을 적극활용하기 위해 A/B 테스트하기
우리는 생각보다 고민을 하는 시간이 많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기회비용 등을 따져본다. 물론 그런 것이 꼭 필수적일 때도 있다. 기획을 하는 것도 논리를 만들어내고 설득을 위해서 스토리를 꿰어내야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전부 고민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너무 ‘혼자’서 그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INTP라서 더더욱 그런 것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추론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어려운 문제는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릴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하려고 해봐도 잘 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일단은 가지고 주변 사람에게 찾아가는 것이 좋다. 중간보고를 하거나 의견을 물을 때 확실한 선택지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베스트겠지만, 없더라도 일단 가져가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일을 하는 방법, 협력을 하는 방법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게 A도 시켜보고, B도 시켜보거나 아니면 내가 A 스토리도 가져가고, B 스토리도 가져가서 둘의 인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 린 고객개발의 특징은 mvp의 빠른 출시, 즉 완벽하게 완성된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하는 게 아닌 점이다. 그처럼 내 업무나 프로젝트 역시 완벽해질 때까지 혼자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mvp 로 우선 보고를 하거나 공유를 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디벨롭을 시키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참고로 한명의 말만 듣고 바로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모수를 늘려보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에 제안한 일이 한명의 반박을 받아서 착수하지 못할 뻔 했지만, 다시 다른사람을 설득을 시켜 implement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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