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시작할 계절학기를 앞두고 왠지 모를 불안감과 답답함에 휩싸인 것 같았다. 오히려 2주전보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많긴 하지만, 애매하게 개념 1회독을 끝낸 상태에서 나는 뭘 모르고 뭘 아는지 제대로 아는 게 없는 것 같았고, 3주라는 기간안에 과연 내가 목표로 하는 A라는 결과물, 프로그래밍의 기본은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목표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어 카페에 공부를 하러 온 지 2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문제를 겨우 1개 풀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대략 20문제가 넘는 문제를 풀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비효율적이었다.
과거의 나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들면 그 감정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쉽게 말하면 순간적으로 그 감정을 없애고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반사적인 반응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공부를 하다가도 문득 미래에 대해서 불안감이 들면 바로 친구를 불러 맥주 한잔하면서(혹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고민을 나누거나, 공부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왠지 모를 답답함이 들면 장소를 옮길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두번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옳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나 해소책으로 이행되고 있다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지난 주. 지난 달. 이런 답답함이나 불안감이 들었을 때, 그리고 그걸 그 순간 바로 그 감정을 해결하려고 다른 행동을 선택했을 때, 이런 경험(대안)들을 한 후에 그 감정이 혹시 사라진적이 있는가? 맥주를 마시고 다음 날에 그 불안이 사라져봤는가? 도서관에서 집으로 장소를 옮긴 뒤 답답함이 해소되고 공부가 더 잘 되었는가? 생각보다 우리는 그 감정을 느껴서 힘들어하는 내 상황에만 집중하지 '왜'인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나는 왜 지금 답답함을 느끼지?" "나는 왜 지금 불안함을 느끼지?" 라고 먼저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지금 답답함을 느끼니까 밖으로 나가야지.", "지금 불안함을 느끼니까 고민 상담을 해야지" 라고 느끼거나 아니면 이런 생각도 없이 뇌에서 그런 답답함과 불안함을 자동으로 해소시켜주는 유투브나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나의 의도나 생각없이 소비한다.
자기 자신에게 반론하기
불안, 답답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무 격하게 거부하려고 들지말고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나 자신에게 반론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속해서 꼬리 질문으로 왜? 왜? 혼잣말을 이어나가라.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남에게 이야기해서 술술 잘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 이야기 40%, 자신의 이야기 60%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나의 능력과 나의 심리, 나의 욕구 등에 대해서 100% 모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 이렇게 토론을 하다보면 그럼 정말 '진실'되게 내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지, 내가 '무엇'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지, 사실은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완벽하게 하고자하는 심리 때문에 괜한 불안함이 생긴 것인지, 정말 준비가 안 되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불안의 근원을 명확히 할 때, 그럴 때 비로소 나는 지금 해야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이 체계적인 공부법이 없어서 불안한 것 같다라는 결론이 났으면 체계적인 공부법을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구글링하면 된다. 그리고 그걸 받아적고 실천해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불안함은 없어진다.
며칠 전 읽은 '오후의 집중력' 이라는 책에서도 저자는 집중할 때 허기진 상태가 최적이라고 말하며, 배가 고파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일단 꼬르륵 소리가 세번 날 때까지 참으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너 아까 전에 뭐 먹었잖아. 아직 배 안고프잖아?"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반론을 하면서 버티라는 이야기였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착각을 잘해서 그러면 배가 고픈지 정말 의심한다고 그랬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불안이든 배고픔이든 어떤 감정이 들었을 때 그냥 느낀 그대로 물 흐르듯 바로 뭔가를 하기엔 우리 스스로가 나중에 후회할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 행동하고 선택하기전에 한번쯤 "왜?"라고 혼잣말을 뱉고 그것에 대한 꼬리 질문을 해줘야한다.
끝없는 필터링을 통해 본질만 남기기
조금 더 딥한 불안감, 답답함 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단계. '왜'에 대한 답을 하려다가 이것저것 찾아보고 싶게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남 이야기 40%, 자신의 이야기 60%를 듣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여기서 남 이야기에 대해서 말을 좀 해보자면, 책, 유투브, 구글링, 지인, 멘토, 교수님, 회사사람 전부가 되겠다. 40%만 듣는다 치더라도, 정말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는가? 지금은 굳이 밖에 나갈 필요없이 구글링만 해도, 유투브에 검색만 해도 내 고민에 대한 답을 떠먹여 주려는 사람은 넘쳐난다. 그리고 내가 먼저 검색하지 않더라도 '피드'라는 이름의 형태로 자꾸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때 우리는 전부 클릭하게 되고 보고나면 오히려 또 생각이 더 많아지거나 도움이 되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더 좋은 질의 콘텐츠를 검색해보려고 하기도 한다.
결국 이런 타인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내 자신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콘텐츠들을 인풋하는 것은 단순하게는 도움이 되어 보일 수 있으나, 다시 그 인풋을 바탕으로 나 스스로가 생각하고 본질이 무엇인지를 남겨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은 수의 자료를 수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료를 수집하기전부터도 자료 수집의 이유까지 명확히 해둔다면, 자료(타인의 말)에서 제공하는 내용이 a,b,c,d,e 인데 내가 원하는 건 c인 경우 c만 딱 남겨서 본질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쉽게 요약하면 현명하게 의사결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전에, 혼잣말을 많이하고, 내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왜'를 많이 따져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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