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는지가 뭐가 중요해? 너가 거기 간다고 잘할 수 있을거란 보장이 있어?
2017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서울대 경영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예술공학이라는 처음들어보는 학과에서 1년정도를 공부하면서 나는 반수를 결심했다. 낮은 학점에 낮은 만족도 탓이었나, 나는 홍대 시디과 전시를 보고 와서 시디과에 들어가는 걸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지금도 여기서 힘들어하는데, 거기 간다고 너가 잘 될거 같냐라는 묵직한 팩트를 날렸다. 당시에는 이 말이 너무나도 맞다고 생각해서 그냥 존버했다. 어렵고, 짜증나고, 힘빠지는 수업과 과제에도 별다른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냥 버텼다. 가서 후회하는 선택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가도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해서일까.
2019년 겨울, 나는 캐나다 교환학생을 앞두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직전에 취소를 했다. 다시 친구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내가 지금도 여기서 못하는데, 캐나다 간다고 뭐 잘될거란 보장이 있어?' 이 생각을 하고 나는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굉장히 애를 썼다. 나는 '가도 잘 안될거라는 생각'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지금 성적이 낮은 나는 교환학생 성적은 안 들어가기 때문에 성적을 높일 기회가 없어질 것이다, 나는 비염, 축농증, 아토피가 있기 때문에 낮은 기온에서 생활하면 스트레스만 많이 받을 것이다, 캐나다는 1학기에 가면 눈만 많이 맞다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올 것이다, 내가 1지망으로 쓴 미국이 아니니 다음에 미국에 갈 기회가 주어질 때 돈을 아낀다고 생각하고 안 가는 게 나을 것이다. 등등 나는 열심히 아이폰 기본 메모장에 여러가지 근거들을 적어댔다. 그리고 결국 가지 않았다. 2020년에 갑자기 대역병이 터져버려서 새옹지마 신세가 되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조금은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지금 나는 빅데이터 연계전공 복전을 앞두고 그 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지금 내 전공도 애매한데, 내가 저 전공을 한다고 더 전문적이게 될까? 지금 나는 문과수학밖에 모르는데, 이과수학은 기본인 미적분학과 선형대수학, 그리고 컴공을 복전한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 C언어를 배우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갑자기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안 될 이유보다 될 이유를 찾자.'
소름돋게도 내 마음속에서 내 무의식의 어딘가에서 이런 내적 소리가 떠오른 게 믿길 수가 없었다. 근 몇 년간 될 이유보다 안 될 이유를 찾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던 것이 디폴트였던 내가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한다고? 참 많이도 바뀌었구나. 서울대 친구 때문에 반수를 못한 것도, 캐나다를 가지 못한 것도 더이상 서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도전적인 사람이 되는 과정에 있다면.
내가 될 이유는, 나는 2020년 2학기에 스스로 공부해서 올 A라는 목표를 이뤄낸 적도 있고, 아무런 인맥 없이도 지금하고 있는 인턴을 쟁취해 낼 경험들을 쌓았고, 인턴을 통해서도 어떻게 공부할지도 많이 방향을 잡았고, 의도와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나이를 먹어서 오히려 이해력이 늘었다는 것.
내가 될 이유는, 현재 내가 부딪히며 경험했을 때 데이터 분석이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노력을 통해서 느끼는 성취감에 가장 가치를 두는 사람이며, 나는 힘들어도 재미있는 도전을 하는 사람이고, 나의 이런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면모는 오늘보다 내일 더 나를 가치있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기만 한 열심히 살기와 내가 한 일에 성취감을 느끼는 것,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져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이 마음을 그대로 앞으로 남은 학교에서의 1년~1년반동안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내가 원하는만큼 더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원하는 바를 쟁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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